1944년 9월, 노르망디에 상륙한 연합군은 파죽지세로 독일을 향해 밀고 있었다. 이 기세라면 크리스마스 전에 전쟁을 끝낼 수 있다는 낙관이 퍼졌다.


그 낙관 위에서 몽고메리가 대담한 도박을 꺼냈다. 네덜란드의 강들을 가로지르는 다리 여러 개를 한꺼번에 점령해, 단숨에 독일 본토로 가는 길을 여는 계획이었다. 이름하여 '마켓가든 작전'이었다.


[세계대전 지상전 07] 너무 멀었던 마지막 다리 마켓가든

<마켓가든 작전 경로 지도>


계획은 두 부분이었다. '마켓'은 하늘에서 낙하산 부대를 떨궈 다리들을 미리 확보하는 것이고, '가든'은 그 다리들을 따라 지상 기갑부대가 내달려 연결하는 것이었다.


핵심은 속도였다. 강을 건널 다리들이 온전히 남아 있어야 하고, 낙하한 공수부대가 지상군이 도착할 때까지 그 다리를 지켜내야 했다. 여러 다리를 순서대로, 시간표처럼 정확히 이어야 성공하는 아슬아슬한 계획이었다.


[세계대전 지상전 07] 너무 멀었던 마지막 다리 마켓가든 (2)

<강하하는 연합군 공수부대>


앞쪽 다리들은 비교적 순조롭게 확보됐다. 문제는 가장 멀리 있는 마지막 다리, 아른헴이었다.


이곳에 강하한 영국 공수부대는 예상치 못한 벽에 부딪혔다. 마침 그 근처에 독일 기갑 사단이 재정비를 위해 머물고 있었던 것이다. 가벼운 무장의 낙하산 부대가, 전차를 앞세운 독일군과 맞닥뜨린 셈이었다.


정보 부서가 이 독일 기갑부대의 존재를 사전에 알고도 묵살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작전을 밀어붙이고 싶은 분위기에 불리한 정보가 덮였다는 것이다. 사실 여부를 떠나, 결과는 참혹했다.


[세계대전 지상전 07] 너무 멀었던 마지막 다리 마켓가든 (3)

<아른헴의 시가지 전투>


지상 기갑부대는 좁은 외길을 따라 북상해야 했다. 길 양옆은 물러 빠지는 습지라 전차가 벗어날 수 없었고, 독일군은 이 외길목을 집중적으로 두들겼다. 진격은 시간표보다 자꾸 늦어졌다.


아른헴의 영국 공수부대는 지상군이 오기만을 기다리며 필사적으로 버텼다. 그러나 약속된 지원은 끝내 제때 닿지 못했다. 며칠을 홀로 버틴 부대는 탄약이 바닥나며 대부분 전사하거나 포로가 됐다.


결국 마지막 다리 아른헴은 손에 넣지 못했다. 작전을 이끈 영국 장군이 "우리는 다리 하나만큼 너무 멀리 갔다"고 말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지는데, 이 말은 그대로 작전 전체를 상징하는 문구가 됐다.


[세계대전 지상전 07] 너무 멀었던 마지막 다리 마켓가든 (4)[세계대전 지상전 07] 너무 멀었던 마지막 다리 마켓가든 (5)

<파괴된 다리>


마켓가든은 대담함이 무모함으로 뒤집힌 사례였다. 하나만 어긋나도 무너지는 계획을, 모든 게 완벽히 맞아떨어질 거라 믿고 밀어붙인 것이다.


크리스마스 전에 끝날 거라던 전쟁은, 이 실패로 이듬해까지 길게 늘어졌다. 가장 대담한 도박이 가장 뼈아픈 교훈을 남긴 셈이다. 화려한 구상도, 현실의 좁은 외길 하나 앞에서 멈춰 설 수 있다는 사실을 마켓가든이 보여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