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쟁에는 무기보다 사람의 이름이 먼저 떠오르는 전투가 있다. 북아프리카의 사막에서 벌어진 엘 알라메인이 그렇다.
이곳에서 독일의 '사막의 여우' 에르빈 롬멜과, 영국의 신중한 명장 버나드 몽고메리가 정면으로 맞붙었다.
두 사람의 대결은 2차대전에서 가장 유명한 지휘관 맞대결 중 하나로 남았다.
![[세계대전 지상전 04] 두 명장이 사막에서 맞붙다, 엘 알라메인](https://img.thenullpage.com/posts/5526/5526_1_6d1101.webp)
<사막의 전차 부대>
먼저 롬멜은 이미 전설이었다. 그는 적은 병력을 이끌고도 영국군을 번번이 농락하며, 리비아에서 이집트 코앞까지 밀어붙인 독일 아프리카 군단의 지휘관이었다.
그의 무기는 신출귀몰한 기동이었다. 롬멜은 늘 예상 밖의 방향에서 나타나 영국군의 측면을 후려쳤고, 영국군은 그때마다 한발 늦게 끌려다녔다. "사막의 여우"라는 별명이 괜히 붙은 게 아니었다. 영국 병사들 사이에서는 롬멜의 이름 자체가 공포였다.
그러나 사막에는 잔인한 진실이 하나 있었다. 이 황량한 땅에서는 총칼보다 연료와 탄약, 물과 식량이 곧 전투력이라는 것이다. 아무리 뛰어난 전차도 기름이 없으면 고철이고, 아무리 용맹한 병사도 물이 없으면 쓰러진다.
![[세계대전 지상전 04] 두 명장이 사막에서 맞붙다, 엘 알라메인 (2)](https://img.thenullpage.com/posts/5526/5526_6_f0d7d0.webp)
<엘 알라메인 전선 지도>
바로 이 지점에서 롬멜은 치명적인 약점을 안고 있었다. 그의 보급은 지중해 건너 멀리 유럽에서 배로 왔는데, 그 수송선을 영국 해군과 항공대가 지중해에서 끊임없이 격침했다.
게다가 롬멜이 이집트에 가까워질수록, 항구에서 최전선까지의 거리가 수백 km로 늘어졌다. 어렵게 들여온 연료조차 최전선까지 나르는 데 또 연료를 태워야 했다. 롬멜의 창끝이 이집트에 가까워질수록, 그의 생명줄은 위태롭게 팽팽해졌다.
몽고메리는 바로 그 점을 냉정하게 파고들었다. 그는 롬멜의 명성에 주눅 들지도, 조급하게 맞불을 놓지도 않았다. 대신 영국의 압도적인 병력과 물자가 완전히 갖춰질 때까지, 주변의 재촉을 견디며 끈질기게 기다렸다.
![[세계대전 지상전 04] 두 명장이 사막에서 맞붙다, 엘 알라메인 (3)](https://img.thenullpage.com/posts/5526/5526_5_1a0ec4.webp)
<보급을 기다리는 영국군 진지>
1942년 10월 23일 밤, 마침내 준비를 마친 몽고메리가 대공세를 개시했다. 천 문에 가까운 대포가 일제히 불을 뿜어 사막의 밤하늘을 대낮처럼 밝혔다. 1차대전을 방불케 하는 엄청난 물량 포격이었다.
몽고메리의 방식에 화려함은 없었다. 그는 압도적인 화력과 병력으로 독일-이탈리아군을 정면에서 서서히 갈아냈다. 전차도, 대포도, 병사도, 보급도 모든 면에서 영국이 앞섰다. 롬멜의 재주가 비집고 들어갈 틈을 아예 주지 않는 싸움이었다.
결정적으로 롬멜의 전차들은 연료가 바닥나 제대로 움직여 반격할 수조차 없었다. 기동이 생명인 '사막의 여우'가, 정작 움직일 기름이 없어 그 자리에 묶인 것이다. 며칠간의 소모전 끝에 롬멜은 후퇴를 택할 수밖에 없었다.
이 패배로 이집트와 수에즈 운하를 향하던 독일의 진격은 완전히 꺾였다. 이후 롬멜의 아프리카 군단은 계속 밀려나, 결국 북아프리카에서 완전히 쫓겨나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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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파괴된 독일 전차>
엘 알라메인은 북아프리카 전쟁의 전환점이었다. 처칠은 훗날 이 전투를 두고 이렇게 말했다. "엘 알라메인 이전에 우리는 승리한 적이 없고, 이후로 우리는 패배한 적이 없다."
명장 롬멜을 이긴 것은 몽고메리의 천재적 전술만이 아니었다. 어쩌면 진짜 승자는, 그가 움켜쥔 압도적 보급과 그것이 갖춰질 때까지 기다린 인내였는지도 모른다.
화려한 명성보다 든든한 물자가 사막에선 더 강했다. 전쟁에서 가장 강한 무기는 결국 끊이지 않는 보급이라는 사실을, 이 전투가 증명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