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다의 주도권을 두고 전함과 항공모함이 겨루던 그 시절, 전혀 다른 방식으로 바다를 공포에 빠뜨린 배가 있다. 물 밑을 소리 없이 오가던 독일의 잠수함, U보트다.


U보트는 거대한 함포도, 함재기도 없었다. 대신 은밀함과 어뢰 한 가지로, 한때 영국을 굶겨 죽일 뻔했다.


[고전무기 군함 08] 함포도 항모도 아닌, 바닷속의 늑대들, U보트

<잠수함 U보트>


U보트의 무기는 어뢰였다. 물속에 숨어 접근한 뒤, 수송선의 옆구리를 향해 어뢰를 쏘아 격침하는 것이다.


어뢰에도 종류가 있었다. 초기의 어뢰는 지나간 자리에 하얀 항적 거품을 남겨 위치가 발각되기 쉬웠는데, 이후 전기로 달리는 어뢰가 나오면서 항적 없이 조용히 표적에 접근할 수 있게 됐다. 다만 전쟁 초기엔 신관이 제대로 터지지 않는 불량이 잦아, 애써 명중시키고도 배를 놓치는 일이 골칫거리였다.


[고전무기 군함 08] 함포도 항모도 아닌, 바닷속의 늑대들, U보트 (2)

<U보트의 함교와 갑판포>


진짜 무서운 것은 전술이었다. 독일은 U보트를 한 척씩 흩어 쓰지 않고, 여러 척을 무리 지어 운용하는 '이리떼 전술'을 폈다.


정찰하던 한 척이 수송선단을 발견하면, 무전으로 동료들을 불러 모았다. 그렇게 모인 여러 척이 밤을 틈타 사방에서 달려들어, 호위함이 미처 막지 못하는 사이에 상선들을 무더기로 어뢰로 침몰시켰다.


[고전무기 군함 08] 함포도 항모도 아닌, 바닷속의 늑대들, U보트 (3)[고전무기 군함 08] 함포도 항모도 아닌, 바닷속의 늑대들, U보트 (4)

<수송선단을 노리는 U보트>


이 전술로 U보트는 대서양 수송로를 피바다로 만들었다. 미국에서 영국으로 향하던 보급선들이 줄줄이 가라앉으면서, 섬나라 영국은 한때 물자 부족으로 벼랑 끝에 몰렸다.


그러나 판세는 뒤집혔다. 연합군은 수송선을 한데 모아 호위함으로 감싸는 방식을 정교하게 다듬었고, 항공기에 탐지 장비를 실어 물 위로 올라온 U보트를 찾아냈다. 여기에 독일군의 암호까지 해독되면서, 이리떼가 어디서 기다리는지 미리 알게 됐다.


[고전무기 군함 08] 함포도 항모도 아닌, 바닷속의 늑대들, U보트 (5)[고전무기 군함 08] 함포도 항모도 아닌, 바닷속의 늑대들, U보트 (6)

<나포된 U보트>


역전과 함께 U보트는 사냥꾼에서 사냥감으로 처지가 바뀌었다. 출격한 U보트 승무원의 상당수가 끝내 돌아오지 못했고, 이들의 사망률은 2차대전을 통틀어 가장 높은 축에 들었다. 좁은 강철관 속에서 물속으로 사라진 젊은이가 수만 명에 이르렀다.


U보트는 거대한 함포도 항공모함도 아니었다. 그러나 은밀함과 어뢰만으로, 바다의 승부가 반드시 큰 배들 사이에서만 나는 게 아님을 증명했다. 물 밑에서 쏘아 올린 어뢰 한 발이, 거대한 전함 못지않게 전쟁의 향방을 흔든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