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대를 바다로 옮겨보자. 하늘의 승부가 비행기로 갈렸다면, 20세기 초 바다의 왕좌는 거대한 강철 요새들의 것이었다.


그 시대를 연 배가 영국의 드레드노트다. 1906년 이 배가 진수되는 순간, 세상의 모든 군함이 하루아침에 구식이 됐다.


[고전무기 군함 01] 모든 군함을 고철로 만든 배, 드레드노트[고전무기 군함 01] 모든 군함을 고철로 만든 배, 드레드노트 (2)

<전함 드레드노트>


비결은 '한 종류의 큰 포로 통일한다'는 발상이었다. 그전까지 전함은 큰 포 몇 문에 중간 포, 작은 포를 잡다하게 섞어 달았다.


드레드노트는 이걸 갈아엎었다. 30.5cm(12인치) 주포 열 문만을 실어, 오직 큰 포로만 승부하도록 만든 것이다. 멀리서 같은 구경의 포탄을 무더기로 쏟아부으니, 조준과 탄착 관측이 훨씬 정확해졌다.


[고전무기 군함 01] 모든 군함을 고철로 만든 배, 드레드노트 (3)[고전무기 군함 01] 모든 군함을 고철로 만든 배, 드레드노트 (4)

<드레드노트의 주포탑>


여기에 당시로선 파격이던 증기 터빈 기관을 얹었다. 덕분에 이 거대한 배가 21노트라는, 기존 전함들을 앞지르는 속도를 냈다.


강한 포, 빠른 발, 두꺼운 장갑. 이 세 가지를 한 배에 담아낸 드레드노트 앞에서, 세계 각국이 자랑하던 기존 전함들은 순식간에 '전(前) 드레드노트급'이라는, 한물간 물건을 뜻하는 이름으로 격하됐다.


[고전무기 군함 01] 모든 군함을 고철로 만든 배, 드레드노트 (5)[고전무기 군함 01] 모든 군함을 고철로 만든 배, 드레드노트 (6)[고전무기 군함 01] 모든 군함을 고철로 만든 배, 드레드노트 (7)

<건조 중인 드레드노트>


파장은 컸다. 이제 강대국의 해군력은 '드레드노트를 몇 척 가졌느냐'로 다시 계산됐고, 영국과 독일은 이 배를 더 많이, 더 크게 찍어내는 건함 경쟁에 뛰어들었다.


이 경쟁이 유럽의 긴장을 끌어올려, 1차대전으로 가는 한 갈래 길을 놓았다는 평가도 있다. 배 한 척이 국제 정세를 흔든 셈이다.


[고전무기 군함 01] 모든 군함을 고철로 만든 배, 드레드노트 (8)

<드레드노트의 측면 전경>


정작 드레드노트 자신은 큰 해전에서 이렇다 할 활약을 남기지 못했다. 그러나 그 이름은 한 시대 전체를 가리키는 대명사가 됐다.


이후 20여 년간 바다를 지배할 거대 전함들은, 모두 이 한 척이 세운 공식 위에서 태어났다. 지금부터 만날 강철 거인들의 이야기는, 전부 여기서 시작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