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이 전쟁 내내 몇 번이나 "격침했다"고 발표했지만, 그때마다 멀쩡히 다시 나타난 항공모함이 있다. 미국의 USS 엔터프라이즈다.


애칭은 '빅 E'. 2차대전 태평양의 거의 모든 큰 해전에 참가하고도 끝까지 살아남은, 미국에서 가장 많은 훈장을 받은 배다.


[고전무기 군함 07] 세 번이나 격침당한 불사신, USS 엔터프라이즈[고전무기 군함 07] 세 번이나 격침당한 불사신, USS 엔터프라이즈 (2)[고전무기 군함 07] 세 번이나 격침당한 불사신, USS 엔터프라이즈 (3)

<항공모함 엔터프라이즈>


엔터프라이즈 역시 함포가 아니라 함재기로 싸우는 배였다. 급강하폭격기와 뇌격기, 전투기를 갑판 가득 싣고 다니며, 필요한 곳에 이 비행기들을 날려 보냈다.


이 배가 특별했던 것은 성능보다 끈질김이었다. 수없이 폭탄을 얻어맞고 갑판에 불이 붙어도, 승무원들의 필사적인 응급 수리로 번번이 되살아났다.


[고전무기 군함 07] 세 번이나 격침당한 불사신, USS 엔터프라이즈 (4)[고전무기 군함 07] 세 번이나 격침당한 불사신, USS 엔터프라이즈 (5)

<엔터프라이즈의 비행갑판>


진가는 전쟁 초반의 절박한 순간마다 드러났다. 1942년 미드웨이 해전에서, 엔터프라이즈의 급강하폭격기들이 아카기를 비롯한 일본 항공모함들에 치명타를 안겼다.


앞 편에서 본 아카기의 최후를 만든 폭격기들이, 바로 이 배에서 날아올랐다. 항공모함끼리 서로의 비행기로 상대를 침몰시키는 새로운 해전의 한복판에, 엔터프라이즈가 있었다.


[고전무기 군함 07] 세 번이나 격침당한 불사신, USS 엔터프라이즈 (6)

<엔터프라이즈의 함재기>


이후로도 엔터프라이즈는 과달카날을 둘러싼 치열한 소모전에서 물러서지 않았다.


다른 미국 항공모함들이 하나둘 격침되는 와중에도, 한때 태평양에서 성한 미국 항모가 이 배 한 척뿐이던 시기까지 버텨냈다.


일본이 몇 번이나 격침을 선언했지만 매번 되살아난 탓에, 엔터프라이즈는 일본군에게 유령 같은 존재가 됐다. 그 끈질긴 생존이 곧 미국 해군의 버팀목이었다.


[고전무기 군함 07] 세 번이나 격침당한 불사신, USS 엔터프라이즈 (7)

<정박한 엔터프라이즈>


엔터프라이즈의 이야기는 아카기와 정확히 짝을 이룬다. 같은 항공모함이지만, 한 척은 결정적 순간의 불운으로 침몰했고, 다른 한 척은 숱한 피격을 견디며 끝까지 살아남았다.


거대한 함포의 시대가 저문 자리에서, 바다의 승부는 이제 갑판 위의 비행기와 그 배의 끈질김으로 갈렸다. 엔터프라이즈는 그 새 시대의 승자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