비스마르크에게는 쌍둥이 자매가 있었다. 거의 똑같이 강력한 전함 티르피츠다.
그런데 이 배는 이름값을 할 큰 해전을 단 한 번도 치르지 못했다.
대부분의 시간을 노르웨이의 깊은 협만에 숨어, 사실상 아무것도 하지 않은 채 보냈다.
![[고전무기 군함 04] 싸우지 못한 채 녹슬어간 티르피츠](https://img.thenullpage.com/posts/5405/5405_1_76f33e.webp)
![[고전무기 군함 04] 싸우지 못한 채 녹슬어간 티르피츠 (2)](https://img.thenullpage.com/posts/5405/5405_2_76e52e.we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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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함 티르피츠>
티르피츠는 비스마르크와 같은 38cm 주포 여덟 문을 단 최강급 전함이었다. 단지 존재하는 것만으로도 위협이 됐다.
그래서 독일은 이 배를 굳이 위험한 전투에 내보내지 않았다. 노르웨이 협만에 가만히 세워두는 것만으로, 영국이 대함대를 그 근처에 묶어두게 만드는 '존재하는 함대' 전략을 쓴 것이다. 한 발도 쏘지 않으면서 적의 발을 묶는, 기묘한 위협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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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웨이 협만의 티르피츠>
영국에게 이 배는 눈엣가시였다. 언제 튀어나와 대서양 수송선단을 덮칠지 모르는 이 여왕을, 반드시 없애야 했다.
숨어 있는 배를 잡기 위해 영국은 온갖 기상천외한 방법을 동원했다. 1943년에는 사람이 타는 소형 잠항정을 협만 깊숙이 몰래 들여보내, 배 밑에 폭약을 설치해 큰 손상을 입히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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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르피츠를 노린 공습>
결정타는 하늘에서 왔다. 1944년 11월, 영국 폭격기들이 '톨보이'라 불린 5톤이 넘는 초대형 폭탄을 안고 날아왔다.
이 거대한 폭탄 몇 발이 명중하자, 그 육중한 티르피츠도 버티지 못하고 뒤집혀 침몰했다. 제대로 된 해전 한 번 없이, 하늘에서 떨어진 폭탄에 최후를 맞은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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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복된 티르피츠>
티르피츠의 일생은 허무하면서도 상징적이다. 세계 최강급 전함이, 자기 주포를 적함에 제대로 겨눠보지도 못한 채 녹슬다 사라졌다.
그리고 그 최강의 전함을 끝낸 것 역시 함포가 아니라 하늘에서 온 폭탄이었다.
비스마르크에 이어 티르피츠까지, 거대한 자매는 나란히 '전함의 시대가 끝나가고 있다'는 사실을 증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