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차대전의 명작 군용기 목록에는, 금속이 아니라 나무로 만든 비행기가 한 대 끼어 있다. 영국의 모스키토다.
처음 이 계획이 나왔을 때 군 수뇌부는 코웃음을 쳤다. 전쟁 한복판에 나무 비행기라니, '나무 불가사의'라며 비웃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그런데 이 '나무 비행기'가, 한때 적 전투기보다 빨랐다.
![[고전무기 전투기 08] 나무로 만든 만능기 모스키토](https://img.thenullpage.com/posts/4455/4455_1_86ebd2.webp)
<모스키토 전폭기>
나무를 쓴 데는 영리한 계산이 있었다. 동체는 발사목을 자작나무 합판 사이에 끼운 샌드위치 구조였다. 가볍고 튼튼한 데다, 귀한 알루미늄을 아끼고 항공기 공장이 아닌 가구·피아노 목공소의 인력까지 끌어 쓸 수 있었다.
여기에 스핏파이어와 같은 혈통인 롤스로이스 멀린 엔진을 두 개 달았다. 가벼운 기체에 강력한 엔진 두 기. 그 결과 모스키토는 시속 600km를 넘나들며, 한동안 세상에서 가장 빠른 축에 드는 군용기가 됐다. 등장 초기엔 이걸 따라잡을 독일 전투기가 마땅치 않았다.
![[고전무기 전투기 08] 나무로 만든 만능기 모스키토 (2)](https://img.thenullpage.com/posts/4455/4455_2_cd213f.webp)
![[고전무기 전투기 08] 나무로 만든 만능기 모스키토 (3)](https://img.thenullpage.com/posts/4455/4455_3_85874e.webp)
<모스키토의 측면>
무장은 형식에 따라 완전히 달랐는데, 이 '바꿔 끼우는' 유연함이 모스키토의 핵심이었다.
전투기·침투형은 기수에 20mm 기관포 네 문과 7.7mm 기관총 네 정을 몰아넣어, 한 번 쏟아내면 어마어마한 화력을 한 점에 집중했다. 야간 전투기형은 그 기수에 기관포 대신 레이더를 달아 어둠 속의 적기를 찾아냈다. 폭격기형은 무장을 아예 들어내고 그 자리에 폭탄을 채웠다. 심지어 일부는 57mm 대전차포급의 거대한 포를 달아 잠수함을 사냥하기도 했다.
![[고전무기 전투기 08] 나무로 만든 만능기 모스키토 (4)](https://img.thenullpage.com/posts/4455/4455_4_118bd2.webp)
![[고전무기 전투기 08] 나무로 만든 만능기 모스키토 (5)](https://img.thenullpage.com/posts/4455/4455_5_015e00.webp)
![[고전무기 전투기 08] 나무로 만든 만능기 모스키토 (6)](https://img.thenullpage.com/posts/4455/4455_6_81e3c5.webp)
<야간 작전에 나선 모스키토 - 레이저 야간 전투기용>
이 속도와 정밀함은 영화 같은 작전을 가능하게 했다. 1944년 2월 '제리코 작전'이 대표적이다.
프랑스 아미앵의 감옥에 레지스탕스 대원들이 갇혀 처형을 앞두고 있었다. 모스키토 편대는 지붕 높이로 날아들어, 감옥의 바깥 담장을 정확히 폭파해 구멍을 냈다. 폭탄으로 벽을 부숴 죄수들을 탈출시키는, 정밀함 없이는 불가능한 작전이었다.
비슷한 외과수술 같은 타격이 이어졌다. 모스키토 부대는 점령지 한복판의 게슈타포 본부 건물만 콕 집어 때리는 작전을 거듭했다. 1945년 3월 코펜하겐의 게슈타포 본부 공습이 그중 하나였다.
![[고전무기 전투기 08] 나무로 만든 만능기 모스키토 (7)](https://img.thenullpage.com/posts/4455/4455_7_b424cf.webp)
<저공 정밀 폭격에 나선 모스키토>
방어 방식조차 남달랐다. 폭격기형 모스키토는 아예 방어용 기관총을 달지 않았다. 무거운 총과 사수를 뺀 그 무게로 더 빨리, 더 높이 날아, 적이 따라잡기 전에 도망치는 쪽을 택한 것이다.
속도 자체가 가장 좋은 장갑이라는 발상이었다.
이 도박은 통했다. 모스키토 폭격기 부대의 손실률은 다른 폭격기들보다 현저히 낮았다. 거의 매일 밤 베를린 상공에 나타나 독일 수뇌부를 신경질 나게 한 것도 이 빠른 비행기였다.
모스키토는 한 가지를 증명했다. 영리함과 다재다능함이, 때로는 묵직한 전문성보다 강하다는 것이다. 비웃음 속에 태어난 이 나무 만능기는, 그렇게 자기만의 전설을 남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