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3년 어느 날, 한 미군 조종사가 만신창이가 된 전투기를 몰고 영국 기지로 돌아왔다. 기체는 총탄 구멍투성이에 엔진 실린더 몇 개가 떨어져 나갔는데도, 그 비행기는 끝까지 날아 무사히 착륙했다.
이런 일화를 셀 수 없이 남긴 전투기가 미국의 P-47 썬더볼트였다. 별명도 '저그(Jug)' — 둔중한 항아리처럼 생겼다는 뜻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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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무기 전투기 07] 무식하게 튼튼한 하늘의 무법자, P-47 썬더볼트 (2)](https://img.thenullpage.com/posts/4454/4454_2_4229e1.we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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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7 썬더볼트 전투기>
썬더볼트는 일단 컸다. 2차대전 단발 전투기 중 손꼽히게 무거웠고, 거대한 공랭식 엔진에 과급기를 달아 높은 고도에서도 힘이 넘쳤다.
무장도 무식했다. 12.7mm 기관총을 무려 여덟 정이나 달아, 한 번 방아쇠를 당기면 어지간한 표적은 그대로 찢어졌다. 급강하 속도는 압도적이어서, 위에서 내리꽂아 한 번 쏘고 그대로 빠져나가는 전법에 최적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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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47의 거대한 엔진>
데뷔는 1943년 유럽 상공의 폭격기 호위였다. 다만 초기엔 항속거리가 짧아 독일 깊숙이는 따라가지 못했고, 그 깊은 호위 역할은 나중에 등장한 무스탕에 넘겨주게 된다.
그 대신 썬더볼트는 자기에게 딱 맞는 전장을 찾았다. 지상 공격이었다.
1944년 6월 노르망디 상륙 이후, 썬더볼트들은 독일군의 후방을 휩쓸었다. 특히 그해 8월 팔레즈 포위전이 압권이었다. 독일군이 좁은 길로 빠져나가려 몰릴 때, 썬더볼트들이 그 행렬에 달려들어 전차와 트럭, 마차와 보급 차량을 닥치는 대로 부쉈다. 길은 불타는 잔해로 막혀 '죽음의 회랑'이라 불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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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P-47>
1944년 12월 발지 전투에서도 결정적이었다. 작전 초반 짙은 안개로 연합군 항공대가 발이 묶여 있었는데, 날이 개자마자 썬더볼트들이 쏟아져 나와 독일 기갑 행렬을 두들겼다. 하늘이 열리는 순간 독일의 마지막 대반격도 함께 꺾였다.
그 끈질긴 생존력의 비결은 공랭식 엔진이었다. 냉각수가 도는 배관이 없어, 한두 발 얻어맞아도 멈추지 않고 돌아갔다. 액랭식 엔진을 단 전투기라면 냉각수 한 줄만 터져도 추락했을 상황에서, 썬더볼트는 멀쩡히 집까지 날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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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상의 P-47>
그래서 조종사들 사이에서 썬더볼트는 "타고 있으면 살아 돌아온다"는 믿음의 대상이었다. 실제로 미국의 톱 에이스 중 한 명인 프랜시스 가브레스키와 로버트 존슨 같은 조종사들이 이 기체로 명성을 쌓았다.
독일 병사들에게는 정반대의 존재였다. 하늘에서 갑자기 내리꽂아 모든 걸 박살 내고 사라지는, 말 그대로 무법자였다.
썬더볼트는 가장 우아한 전투기는 아니었다. 그러나 튼튼하고, 강력하고, 못 하는 일이 없었다. 화려함보다 끈질김으로 전선을 떠받친, 하늘의 일꾼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