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제 무대를 하늘로 옮겨보자. 전차가 땅을 갈랐다면, 1940년 2차대전 '영국 본토 항공전'의 승부는 영국 상공에서 갈렸다.
그해 프랑스가 무너지고 영국만 홀로 남자, 독일 공군은 영국을 굴복시키려 매일같이 하늘을 메우며 날아왔다.
그 앞을 가로막은 영국 전투기가 스핏파이어였다.
![[고전무기 전투기 01] 소수가 다수를 막아낸 영국의 방패, 스핏파이어](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7/4447_1_621ea5.webp)
![[고전무기 전투기 01] 소수가 다수를 막아낸 영국의 방패, 스핏파이어 (2)](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7/4447_2_199a36.webp)
<스핏파이어 전투기>
스핏파이어의 상징은 타원형 날개였다. 얇고 매끈한 이 날개는 공기 저항이 적어 빠르고 날렵했고, 독일의 주력 전투기와 대등하게 맞설 수 있었다.
여기에 명품 멀린 엔진이 더해졌다. 작고 가볍고 잘 도는 이 전투기는, 일대일 공중전에서 누구에게도 밀리지 않았다.
![[고전무기 전투기 01] 소수가 다수를 막아낸 영국의 방패, 스핏파이어 (3)](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7/4447_3_fc46e6.webp)
<스핏파이어의 타원형 날개>
스핏파이어의 첫 시련은 사실 영국이 아니라 프랑스 해안이었다. 1940년 봄 됭케르크 철수 작전 당시, 스핏파이어는 처음으로 독일 전투기와 본격적으로 맞붙으며 해변 상공을 지켰다.
그러나 진짜 무대는 그 직후의 영국 본토 항공전이었다. 여기서 영국이 이긴 비결은 전투기 한 대의 성능이 아니라, 보이지 않는 '체계'였다.
영국은 해안에 레이더망을 깔아 적기가 뜨는 순간을 미리 잡아냈다. 그 정보는 지상 관제소로 모였고, 관제사는 어느 편대를 어디로 보낼지 실시간으로 지시했다.
![[고전무기 전투기 01] 소수가 다수를 막아낸 영국의 방패, 스핏파이어 (4)](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7/4447_4_63aa17.webp)
<레이더와 지상 관제소>
덕분에 수적으로 열세인 영국 전투기들은 헛되이 하늘을 헤매지 않고, 늘 가장 필요한 곳에 투입됐다. 역할 분담도 영리했다. 둔중한 허리케인이 독일 폭격기를 때리는 동안, 날렵한 스핏파이어가 그 위의 독일 전투기와 얽혔다.
승부처는 1940년 9월 15일, 훗날 '영국 본토 항공전 기념일'로 불리는 날이었다. 런던을 노린 독일의 대규모 공습을 영국 전투기들이 큰 손실을 입히며 막아내자, 며칠 뒤 독일은 영국 상륙 계획을 무기한 미뤘다.
![[고전무기 전투기 01] 소수가 다수를 막아낸 영국의 방패, 스핏파이어 (5)](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7/4447_6_c4cb80.we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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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공중전에 나선 스핏파이어 편대>
본토를 지켜낸 뒤, 스핏파이어는 전쟁 내내 거의 모든 전선을 누볐다. 1942년 몰타 공방전에서는 항공모함에 실려 보내져, 폭격에 시달리던 이 작은 섬의 하늘을 지키는 데 결정적 역할을 했다.
이어 북아프리카와 1943년 시칠리아·이탈리아 상공에서 제공권을 다투었고, 1944년 노르망디 상륙 때는 상륙 함대 위를 뒤덮으며 독일 공군의 접근을 차단했다. 끊임없는 개량 덕에, 초기형부터 후기형까지 줄곧 일선에서 싸울 수 있었다.
![[고전무기 전투기 01] 소수가 다수를 막아낸 영국의 방패, 스핏파이어 (7)](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7/4447_8_076f00.web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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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르망디 상공의 스핏파이어>
처칠은 영국 본토 항공전을 두고 "이토록 많은 사람이 이토록 적은 이들에게 이토록 큰 빚을 진 적이 없다"고 했다. 그 '적은 이들'의 손에 들린 방패가 스핏파이어였다.
됭케르크에서 노르망디까지, 가장 절박했던 순간마다 영국 곁을 지킨 전투기. 그래서 스핏파이어는 지금도 영국인이 가장 사랑하는 전투기로 남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