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5년 봄, 6년을 끌어온 유럽의 전쟁이 마지막 장에 다다랐다. 사방에서 조여든 연합군 앞에, 이제 독일의 심장 베를린만이 남아 있었다.
동쪽에서는 소련군이 밀려들었다. 스탈린그라드에서 쿠르스크를 거쳐 여기까지, 수천 km를 밀고 온 붉은 군대가 마침내 독일의 수도 앞에 섰다.
![[세계대전 지상전 10] 마지막 깃발이 오른 곳, 베를린](https://img.thenullpage.com/posts/5532/5532_1_404960.gif)
<베를린 진격 지도>
베를린으로 향하는 마지막 관문은 젤로 고지였다. 소련군은 이 고지를 넘어야 베를린 평야로 나갈 수 있었다.
소련군을 이끈 것은 게오르기 주코프였다. 모스크바를 지키고 스탈린그라드의 반격을 설계한, 소련 최고의 장군이었다. 그는 이 마지막 고지를 압도적인 물량으로 밀어붙였다.
주코프는 야간 공격에서 거대한 탐조등 수백 개를 한꺼번에 켜, 독일군의 눈을 멀게 하며 진격했다는 이야기가 전해진다. 다만 이 빛이 안개와 연기에 반사돼 오히려 소련군 자신의 시야를 가렸다는 말도 함께 남아 있다. 젤로 고지의 독일군은 예상보다 완강했고, 소련군은 큰 피해를 치른 끝에 겨우 고지를 넘었다.
![[세계대전 지상전 10] 마지막 깃발이 오른 곳, 베를린 (2)](https://img.thenullpage.com/posts/5532/5532_2_a2dbfd.webp)
![[세계대전 지상전 10] 마지막 깃발이 오른 곳, 베를린 (3)](https://img.thenullpage.com/posts/5532/5532_4_bd7083.webp)
<시가전이 벌어지는 베를린>
고지를 넘자 베를린 시가지가 열렸다. 그리고 스탈린그라드에서 독일이 겪었던 그 지옥이, 이번엔 독일 자신에게 되돌아왔다.
건물 하나, 거리 하나를 두고 벌이는 처절한 시가전이었다. 소련군은 IS-2 중전차의 122mm 포로 건물을 통째로 부수며 전진했고, '카튜샤' 다연장로켓이 도시 곳곳에 불벼락을 쏟아부었다.
독일의 방어는 절박하고 비참했다. 정규군이 소진된 자리를, 열여섯 살도 안 된 소년병과 노인들로 채운 국민돌격대가 메웠다. 어린 소년이 대전차 무기를 들고 소련 전차 앞에 서는 광경이 곳곳에서 벌어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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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베를린 시가지의 소련 전차>
전투가 시가지 중심으로 좁혀들 무렵, 히틀러는 지하 벙커에 숨어 있었다. 소련군이 코앞까지 다다르자, 1945년 4월 30일 그는 스스로 목숨을 끊었다.
며칠 뒤, 소련 병사들이 독일 의회 의사당 건물 꼭대기에 붉은 깃발을 세웠다. 폐허가 된 베를린 위로 깃발이 나부끼는 이 장면은, 유럽 전쟁의 끝을 상징하는 사진으로 남았다.
다만 이 사진은 나중에 다시 연출해 촬영한 것이며, 한 병사의 손목에 찬 여러 개의 시계를 약탈 흔적이라 하여 나중에 지워냈다는 이야기가 잘 알려져 있다.
1945년 5월, 독일은 항복했다. 폴란드에서 시작된 6년의 전쟁이, 그 전쟁을 일으킨 나라의 수도가 잿더미가 되며 끝난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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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폐허가 된 베를린>
베를린 전투는 하나의 거대한 원이 닫히는 순간이었다. 전격전으로 남의 수도를 향해 내달렸던 나라가, 이제 자기 수도의 골목마다 최후의 시가전을 벌이며 무너졌다.
앞서 본 무기와 전투들이 모두 이 마지막 장면으로 흘러들었다. 스탈린그라드에서 배운 시가전, 쿠르스크 이후 멈추지 않은 소련의 진격, 그 모든 것의 종착점이 베를린이었다.
이로써 유럽의 전쟁은 끝났다. 그러나 지구 반대편 태평양에서는, 아직 전쟁이 가장 무거운 결말을 향해 가고 있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