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 척의 군함이 20년 넘게 한 나라의 자부심 그 자체였던 경우는 드물다. 영국의 순양전함 후드가 그랬다.
거대하고 빠르고 우아한 이 배는, 두 차례 대전 사이 영국 해군력의 얼굴로 세계를 순방했다. 그런 배가 실전에서는 단 8분 만에 사라졌다.
![[고전무기 군함 02] 영국의 자존심 HMS 후드](https://img.thenullpage.com/posts/5403/5403_1_1f9280.webp)
![[고전무기 군함 02] 영국의 자존심 HMS 후드 (2)](https://img.thenullpage.com/posts/5403/5403_2_8d13b4.webp)
<순양전함 후드>
후드는 38.1cm(15인치) 주포 여덟 문을 단 당대 최대급 군함이었다. 여기에 순양전함답게 빠른 속도까지 갖춰, 강한 포와 빠른 발을 겸비한 이상적인 배로 여겨졌다.
문제는 방어였다. 속도를 얻기 위해 위쪽 갑판 장갑을 얇게 둔 것이다. 옆에서 날아오는 포탄은 몰라도, 멀리서 높은 각도로 떨어져 갑판을 때리는 포탄에는 취약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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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전무기 군함 02] 영국의 자존심 HMS 후드 (4)](https://img.thenullpage.com/posts/5403/5403_4_466e55.webp)
<후드의 주포탑과 함교>
이 약점이 최악의 형태로 터진 것이 1941년 2차대전 덴마크 해협 해전이었다. 대서양으로 나온 독일 전함 비스마르크를 요격하러 후드가 나선 것이다.
포격전이 시작되고 얼마 지나지 않아, 비스마르크가 쏜 포탄 한 발이 후드의 얇은 갑판을 뚫고 탄약고에 도달했다. 배는 거대한 폭발과 함께 두 동강 나 순식간에 가라앉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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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덴마크 해협 해전>
승무원 약 1,400명 중 살아남은 사람은 단 세 명이었다. 20년을 이어온 자존심이, 몇 분 만에 바닷속으로 사라진 것이다.
이 충격은 영국 전체를 뒤흔들었다. 그리고 그 분노는 곧, 후드를 죽인 배를 반드시 침몰시키라는 국가적 집념으로 바뀌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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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바다로 나서는 후드>
후드의 최후는 순양전함이라는 개념의 한계를 그대로 드러냈다. 속도를 위해 방어를 희생한 배는, 단 한 발의 운 나쁜 명중에 모든 것을 잃을 수 있었다.
강함과 빠름을 함께 얻으려다 가장 중요한 것을 놓친 배. 후드의 비극은, 다음 편의 주인공이 맞을 운명과 정확히 데칼코마니를 이룬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