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4년, 연합군 전차병들은 정면에서 새 독일 전차를 향해 포탄을 쏘았다. 그런데 포탄이 차체 앞면에 맞고 그대로 튕겨 나갔다.
거리를 좁혀 다시 쏴도 마찬가지였다. 정면으로는 도무지 뚫리지 않는 전차. 쾨니히스티거, 즉 티거 II였다.
![[고전 무기열전 전차 08] 끝판왕으로 나왔지만 너무 늦어버린 티거 II](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2/4442_1_53be89.webp)
![[고전 무기열전 전차 08] 끝판왕으로 나왔지만 너무 늦어버린 티거 II (2)](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2/4442_2_2b560e.webp)
<티거 II(쾨니히스티거)의 정면>
위력의 핵심은 두 가지였다. 먼저 한층 길어진 88mm 주포는, 사실상 연합군의 어떤 전차든 2km 밖에서도 격파할 수 있었다.
다음은 장갑이었다. 정면 장갑은 두껍고 가파르게 빗겨 있어, 그 거리에서 이걸 정면으로 뚫을 연합군 전차포는 없다시피 했다.
종이 위에서 티거 II는 거의 무적이었다. 문제는 그 무적의 대가가 너무 컸다는 점이다.
![[고전 무기열전 전차 08] 끝판왕으로 나왔지만 너무 늦어버린 티거 II (3)](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2/4442_3_4cd3b0.webp)
![[고전 무기열전 전차 08] 끝판왕으로 나왔지만 너무 늦어버린 티거 II (4)](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2/4442_4_c9418b.webp)
![[고전 무기열전 전차 08] 끝판왕으로 나왔지만 너무 늦어버린 티거 II (5)](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2/4442_5_643ddb.webp)
<티거 II의 장포신 88mm 주포>
무게가 70톤에 육박했다. 엔진은 이 무게를 감당하느라 늘 혹사당했고, 동력 계통은 티거 I보다 더 자주 망가졌다.
연료도 엄청나게 먹었다. 전쟁 말 독일은 기름이 바닥나던 상황이라, 이 대식가 전차는 굴리는 것 자체가 부담이었다.
그래서 티거 II의 실제 전적은 명성과 사뭇 달랐다. 적의 포가 아니라, 고장과 진창과 연료 부족에 스스로 주저앉는 경우가 많았다.
대표적인 장면이 1944년 여름, 동부전선의 오글레두프였다.
이곳에서 갓 투입된 티거 II 부대가 무른 땅에 발이 묶였다. 그 틈을 노린 소련의 T-34-85들이 측면으로 파고들어 근거리에서 들이쳤다.
정면은 무적이어도 옆구리는 아니었다. 몇 대가 그 자리에서 격파됐고, 멀쩡한 한 대는 통째로 노획돼 소련의 시험장으로 끌려갔다. 가장 강한 전차가, 지형과 매복이라는 단순한 수에 당한 것이다.
![[고전 무기열전 전차 08] 끝판왕으로 나왔지만 너무 늦어버린 티거 II (6)](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2/4442_6_4a5da7.webp)
![[고전 무기열전 전차 08] 끝판왕으로 나왔지만 너무 늦어버린 티거 II (7)](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2/4442_7_60f21f.webp)
<측면을 내준 채 격파된 티거 II>
그해 겨울 아르덴에서도 비슷한 일이 반복됐다. 독일의 마지막 대반격에 투입된 티거 II들은, 좁고 얼어붙은 산길에서 제 무게에 발목을 잡혔다.
게다가 작전 내내 기름이 모자랐다. 적과 변변히 싸워보지도 못한 채, 연료가 떨어져 길가에 버려진 티거 II가 줄을 이었다.
![[고전 무기열전 전차 08] 끝판왕으로 나왔지만 너무 늦어버린 티거 II (8)](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2/4442_9_16d4a0.webp)
![[고전 무기열전 전차 08] 끝판왕으로 나왔지만 너무 늦어버린 티거 II (9)](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2/4442_10_986f93.webp)
![[고전 무기열전 전차 08] 끝판왕으로 나왔지만 너무 늦어버린 티거 II (10)](https://img.thenullpage.com/posts/4442/4442_11_5f1d5a.webp)
<연료가 떨어져 버려진 티거 II>
물론 제 자리를 잡았을 땐 무서운 전차였다. 멀리 자리 잡고 길목을 지키는 방어전에서는, 다가오는 적 전차를 일방적으로 솎아낼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위력은 전쟁의 흐름을 되돌리지 못했다. 전쟁 내내 생산된 티거 II는 500대에도 미치지 못했고, 그나마 너무 늦게 도착했다.
티거 II는 독일이 도달한 '강함'의 끝이었다. 1편의 T-34가 보여준 길과는 정반대였다.
한쪽은 거칠어도 8만 대를 찍어냈고, 다른 쪽은 완벽을 좇다 500대에서 멈췄다. 가장 센 전차를 만드는 것과 전쟁을 이기는 것은 끝내 다른 문제였다.
티거 II는 그 간극을, 가장 크고 무겁고 화려한 방식으로 증명한 전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