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941년, 독일군은 T-34 앞에서 충격에 빠졌다. 1편에서 본 그 장면이다.
문제는 그다음이었다. 독일은 곧바로 "이걸 상대할 새 전차가 필요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그렇게 태어난 것이 판터였다. 흥미로운 건, 그 해답이 적의 전차에서 그대로 가져온 아이디어였다는 점이다.
![[고전무기 전차 04] T-34에 충격받은 독일이 베껴 만든 전차, 판터](https://img.thenullpage.com/posts/4438/4438_1_c2f585.webp)
<판터 전차의 정면>
가장 먼저 베낀 것은 경사장갑이었다. T-34가 보여준 그 빗겨내는 장갑을, 독일은 판터의 정면에 그대로 적용했다.
여기에 독일 특유의 강점을 더했다. 75mm 주포는 구경은 작아도 포신이 길어 포탄을 아주 빠르게 쏘아냈고, 그만큼 관통력이 뛰어났다.
사실 대전차 능력만 따지면 티거의 88mm보다 나은 면도 있었다. 화력, 장갑, 기동성의 균형에서 판터는 2차대전 최고의 전차로 꼽히기도 한다.
![[고전무기 전차 04] T-34에 충격받은 독일이 베껴 만든 전차, 판터 (2)](https://img.thenullpage.com/posts/4438/4438_3_216863.webp)
<판터의 긴 75mm 주포>
문제는 종이 위가 아니라 전장에서 드러났다. 판터는 충분히 다듬어지기 전에 쿠르스크 전투에 급히 투입됐다.
결과는 좋지 않았다. 적과 싸우기도 전에 엔진에 불이 나거나 동력 계통이 망가져 멈춰 서는 차량이 속출했다.
![[고전무기 전차 04] T-34에 충격받은 독일이 베껴 만든 전차, 판터 (3)](https://img.thenullpage.com/posts/4438/4438_5_d78067.webp)
![[고전무기 전차 04] T-34에 충격받은 독일이 베껴 만든 전차, 판터 (4)](https://img.thenullpage.com/posts/4438/4438_6_f143a9.webp)
<멈춰 선 판터>
특히 약점은 최종구동장치였다. 무거운 차체를 감당하기엔 설계에 무리가 있어, 자주 고장 나는 고질병으로 남았다.
시간이 지나며 신뢰성은 나아졌지만, 이 약점은 끝까지 판터를 따라다녔다. 강한 전차였지만, 늘 어딘가 불안한 전차이기도 했다.
그리고 익숙한 문제가 또 있었다. 숫자였다.
전쟁 내내 생산된 판터는 약 6천 대. 티거보다는 많았지만, 8만 대의 T-34 앞에서는 여전히 적은 수였다.
![[고전무기 전차 04] T-34에 충격받은 독일이 베껴 만든 전차, 판터 (5)](https://img.thenullpage.com/posts/4438/4438_7_8c954c.webp)
<박물관에 전시된 판터>
판터는 묘한 전차다. 설계는 빼어났고, 어떤 면에선 전쟁 최고의 전차라 불릴 만했다.
그러나 너무 복잡했고, 너무 자주 멈췄으며, 끝내 충분히 많지 않았다. T-34의 겉모습은 베꼈지만, T-34의 진짜 강점이었던 단순함과 물량은 베끼지 못한 것이다.
가장 잘 만든 전차가 전쟁을 이기는 것은 아니다. 판터는 그 교훈을, 다름 아닌 T-34를 흉내 내며 증명한 전차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