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합군 전차병들 사이에는 "티거 공포증"이라는 말이 돌았다.


멀리 독일 전차의 윤곽만 보여도 일단 티거라고 보고하는 식이었다. 실제로는 4호 전차나 다른 차량인 경우가 더 많았는데도 그랬다.


그 이름 하나가 부대 전체를 위축시켰다. 도대체 어떤 전차였길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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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거 전체 모습>


가장 큰 무기는 88mm 주포였다. 원래 대공포로 쓰이던 물건을 전차에 얹은 것으로, 당시 연합군 전차 대부분을 한 발에 무력화할 수 있었다.


사거리도 압도적이었다. 상대가 티거에 포탄을 맞힐 수 있는 거리까지 다가오기 한참 전에, 티거는 이미 그들을 때릴 수 있었다.


여기에 100mm를 넘는 정면 장갑이 더해졌다. 정면으로 날아오는 어지간한 포탄은 그냥 튕겨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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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티거의 88mm 주포>


이 위력을 가장 극적으로 보여준 장면이 1944년 노르망디의 빌레르보카주였다.


미하엘 비트만이 지휘한 티거 한 대가 진격하던 영국군 종대를 순식간에 헤집었다. 짧은 시간에 전차와 장갑차, 트럭 수십 대가 파괴됐다고 전해진다.


전차 한 대가 부대 하나의 전진을 멈춰 세운 것이다. 티거의 명성은 이런 사건들 위에 쌓였다.


그러나 이 괴물에게는 그만한 대가가 따랐다.


먼저 무게였다. 57톤에 달하는 차체는 어지간한 다리를 건너지 못했고, 한번 진창이나 고장에 빠지면 끌어내기조차 어려웠다.


구조도 지나치게 복잡했다. 바퀴를 여러 겹으로 겹쳐 배치한 방식은 승차감과 접지력은 좋았지만, 정비가 까다로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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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겹쳐 배치된 보기륜>


특히 동부전선의 겨울이 문제였다. 바퀴 사이에 낀 진흙과 눈이 밤새 얼어붙으면, 아침에 전차가 그대로 멈춰 섰다.


소련군은 이 점을 알고 새벽을 노리기도 했다. 가장 강한 전차가 가장 추운 시간에 가장 무력해진 것이다.


고장도 잦았다. 무게를 감당하느라 엔진과 변속기에 무리가 갔고, 연료도 많이 먹었다.


문제는 한번 퍼지면 회수가 거의 불가능했다는 점이다. 너무 무거워 끌어낼 장비가 마땅치 않았고, 결국 멀쩡한 티거를 승무원이 직접 폭파하고 버리는 일이 흔했다.


그리고 결정적으로, 티거는 너무 적었다.


전쟁 내내 생산된 티거 I은 1,400대가 채 되지 않는다. 8만 대를 넘긴 T-34와는 비교 자체가 되지 않는 숫자다.


한 대 한 대는 분명 강했다. 그러나 그 한 대를 만드는 동안, 상대는 열 대, 스무 대를 전선에 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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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물관에 남은 티거>


1편의 T-34와 티거는 정확히 반대편에 서 있다.


한쪽은 거칠지만 무한히 찍어낼 수 있었고, 다른 쪽은 정교하지만 좀처럼 늘릴 수 없었다.


전장에서 티거를 직접 만난 병사에게는 티거가 이겼다. 그러나 전쟁 전체로 보면, 이긴 쪽은 끝내 숫자였다.


가장 강한 무기가 가장 강한 군대를 만드는 것은 아니다. 티거는 그 사실을, 가장 화려한 방식으로 증명한 전차였다.